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UNCTAD 설립 5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진국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확인했다" "성장의 모범적 사례"라는 외교부의 자찬도 이어졌다.
반면 '한국 정부가 직접 신청해 이뤄진 변경사항'이라는 사실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간 정부는 국제기구에서 개도국 지위가 주는 혜택을 고려해 일부러 선진국 지위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일례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개도국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내 생산품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태를 용인하고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개도국에 머물러 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류가 바뀐 건 이번 정권 들어서부터다. 정부는 2019년 10월에도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가 전략적 실리를 내려놓고, 스스로 선진국 지위를 신청한 뒤 '국제사회가 우리를 선진국으로 인정했다'며 국내에 홍보하는 패턴이다.
우려되는 건 이러한 결정이 치적 홍보를 목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정부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념사진 홍보물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낸 뒤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됐다. 지난 2일에는 일본 수출 규제 2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직접 경제자립 성과 간담회를 열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했다.
그런 자화자찬에선 과잉된 '인정 욕망'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실속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특별 우대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됐다.
WTO는 개발도상국을 국제 자유무역 질서 안에 편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우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혜택을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농업 분야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지난 2020년 강원도가 공개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에 따른 강원도 농업 파급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직·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여러 가지 혜택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와 더불어 선진국으로써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불해야 할 '선진국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선진국이니까 얼마를 내야 한다'고 정해진 바는 없으나 탄소 중립, 인권 문제, 민주주의 수호 등을 위해 국제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받고, 국제기구에 분담하는 비용과 개도국을 위해 주는 부담금 등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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